결혼, 날짜는 잡혔는데 막막하기만 하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광고성 글들만 가득하다. ‘스드메’라는 말이 오가는데 대체 ‘스드메’가 뭘까? ‘스드메’란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합쳐 부르는 신조어다. 최근에는 웨딩촬영이 결혼식의 필수항목이 됐다. 어떤 스튜디오에서 어떤 드레스를 입고 촬영을 하는가가 신부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스드메’가 결혼의 전부는 아니다. 예약하기도 어려운 봄, 가을의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나면 식진행과정도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한다. 신혼여행도 미리 예약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혼집이다. 8월에 결혼하는 한 지인은 아직도 집을 계약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시기, 원하는 지역까지 입맛대로 맞추자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웨딩플래너를 직접 만나 결혼 진행과정을 상담받고 속속들이 찾아낸 정보들을 전한다.
결혼준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신혼여행 비행기티켓 예매다. 비행기 티켓 가격은 매일 가격이 상승한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신혼부부들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몇 시간 전 유효했던 티켓도 금방 예매되기 일쑤다. 여행지가 정해졌다면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이라도 비행기티켓부터 예매해두자.
최근에는 휴양지보다 유럽 등지의 관광지를 선택하는 신혼부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금 발리로 신혼여행 가 있는 대학 선배는 지루해 죽겠다며 난리다. 할 일이 없어 수영장 옆에 드러누워 온종일 카카오톡과 페이스북만 해댄다. 평소에 활달하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휴양지는 금물이다. 아무리 ‘휴양’을 선택했다 해도 비싼 돈 내고 ‘심심해!’만 외칠 수는 없다.
휴양지가 아닌 곳은 어디를 선택할까? 요즘 인기 있는 곳은 체코, 헝가리, 터키, 스페인, 프랑스, 이태리, 호주 등이다. 관광지를 가면 휴양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다. 휴양지인 발리에 간다고 가정하자. 신혼부부는 고급 리조트에서 6박 7일을 묵고, 신혼여행의 격에 맞는 음식과 레저를 즐긴다. 이 발리 여행의 총비용은 1,000만 원 가까이 든다. 하지만 관광지를 선택해도 최고급 호텔만 택한다면 경비가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몇 개의 도시로 이동하며 다양한 급의 숙소에 묵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비행기티켓을 예매하고 한 시름 덜었다면 여행계획을 짜자. 휴양지를 택하면 한 곳에서 여행기간 내내 머무른다. 이 경우 세세한 일정은 필요 없다. 관광지를 택했다면 이동 경로를 정해야 한다. 경로를 정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여행은 ‘신혼여행’이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여행을 일하듯이 간다. 빡빡한 일정을 시간단위로 짜 놓고 목표달성을 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숨쉬기도 어려운 일정을 짜놓고 밤마다 지쳐 곯아떨어지는 여행을 하고 싶은가? 신혼부부는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여유로운 일정 안에 어제 갔던 맛집을 또 찾아가는 낭만을 즐기자. 도시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커플이 서로 의논해 일정이 정해졌다면 숙소를 예약한다. 민박이나 호스텔은 미리 예약이 필요 없지만, 신혼여행으로 묵을만한 상급의 호텔들은 미리 예약해야 한다. 차를 렌트해서 다닐 수 있는 여행지라면 견적을 문의하고 국제면허증을 발급해둔다. 앞으로 할 일은 태산이다. 한 번 계획 짤 때 미리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골치 아파진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커플들은 많이 싸운다. 신혼여행을 정하면서도 싸울 일은 첩첩산중이다. 여행지 선택부터 시작해서 이동 경로, 호텔 선택까지 두 사람의 마음이 꼭 맞을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을 귀띔하자면 ‘한 사람에게 일임해라’다. 한 사람이 진행하면서 상대방이 ‘정말 싫어하는 것’만 배제하면 큰 문제는 없다. 신혼여행은 신부가 정했다면 결혼식 과정은 신랑이 일임하는 식이 좋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은 웨딩촬영과 본식을 위한 아이템이다. ‘스드메’가 등급으로 나뉜다고 해 인터넷에는 등급표가 떠돌기도 한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등급표는 잊자, 웨딩플래너와 상담하고 내 견적과 원하는 스타일에 맞추는 것이 정답이다.
‘스드메’보다는 웨딩촬영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웨딩촬영은 본식 전의 스튜디오 활영, 본식 촬영으로 나뉜다. 또한, 본식 촬영은 원판사진과 스냅사진으로 나뉜다. 뭐가 이리 복잡하냐고? 알아야 실속 있는 결혼 준비가 되니 꼼꼼히 알아두자.
원판사진은 부모님 세대의 결혼식 사진을 생각하면 된다, 두꺼운 커버 속에 어색한 미소의 결혼식 날 가족사진이 떡하니 박혀있다.
‘이런 촌스러운 앨범을 왜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부모님께 드리는 용이니 하는 수 없다. 일반적으로 10장짜리 3권을 받아 양쪽 부모님께 한 권씩 드리고 부부가 하나 가진다. 꼭 해야 하는 사진이어서 가격도 싸지 않다. 웨딩을 노린 장삿속임을 알지만, 통과의례로 찍어두자.
스냅사진은 결혼식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미용실에서 메이크업할 때부터 식장에 들어서는 모습, 본식 후 폐백까지 스토리를 구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 권의 사진첩은 오직 신랑 신부만을 위한 책이다. 스냅사진은 스튜디오 촬영을 하면 생략하기도 한다. 스튜디오 촬영이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커플들은 스냅사진만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촬영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스냅과 원판을 합쳐 가격을 정하고, 스튜디오 촬영 가격은 따로 책정한다. 보통 수준의 스냅과 원판 가격은 70만 원 정도이고, 더 좋은 것을 원하면 300만 원 이상까지 올라간다. 가격은 사진첩의 페이지 수가 높을수록, 촬영 시간이 실어질수록 비싸진다. 가격은 시시때때로 변동이 있으니 직접 알아보자.
스튜디오 촬영은 일반적인 ‘웨딩촬영’이다. 여기서 드레스와 메이크업이 필요하다. 스튜디오 촬영에서 본식 드레스 외에 선택한 세 벌의 드레스를 입는다. 원하는 경우 한복과 사복 촬영도 진행한다. 온종일 스튜디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그린 듯한 포즈로 촬영을 진행한다. 사진촬영에 익숙하거나 포즈가 자연스러운 커플은 빠르면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면 촬영이 끝난다. 일반적으로는 10시간가량 촬영이 진행된다. 신부는 종일 꽉 끼는 드레스를 입고 화장이 망가질까 김밥 몇 알로 버텨야 한다. 신랑은 그런 신부를 10시간 동안 기다리며 입꼬리에 경련이 나도록 미소 지어야 한다. 촬영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스튜디오 촬영은 즐거움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머리가 아파진다면 스튜디오 촬영은 과감히 포기하자, 포토샵으로 공장 물건처럼 찍어낸 사진보다는 스냅사진에 더 투자하는 것이 추억이 될 수 있다. 요즘에는 신혼여행에 가서 스냅사진을 찍기도 하고, 40분가량 사복 사진을 촬영해 식장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드레스 얘기를 해 보자, 스튜디오 촬영에서 입는 드레스 세 벌은 리허설용이다. 본식에서 입는 드레스가 메인으로 다뤄진다. 본식은 또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메인 드레스를 입고, 2부에서는 한복을 입거나 2부 드레스를 입는다. 2부 드레스를 입으면 한복은 언제 입느냐고? 폐백할 때 잠깐 입는다. 재미있는 것은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아도 드레스 대여 가격은 똑같다는 것이다. 웨딩플래너는 자동차를 예로 들며 드레스 가격 책정에 대해 설명했다. 자동차가 5,000만 원이라고 하자. 자동차의 바퀴 하나를 빼고 한다고 해서 5,000만 원짜리가 3,0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스튜디오 촬영 시 입는 드레스는 자동차 바퀴와 같다는 것이다. 참 애매한 설명이다. 하지만 결혼은 아름다운 행사 아닌가. 긍정적으로 보자. 이는 메인 드레스 한 벌 가격에 촬영용 드레스를 입을 좋은 기회다. 2부 드레스는 20만 원 정도만 추가하면 된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신랑의 턱시도는 자동차 바퀴가 된다는 것이다. 턱시도는 메인 드레스에 ‘무료 서비스’로 제공된다. 웨딩플래너와 상담했던 한 장모는 “남자는 사람도 아니냐”며 껄껄 웃었다는 후문이다. 드레스 대여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평균 가격 100만 원에서 3,000만 원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본식과 촬영 때의 드레스 헬퍼 비용, 드레스 샵 투어 비용이 추가된다. 드레스 헬퍼 비용은 1회에 10~20만 원이고, 드레스 샵 투어 비용은 회당 3~5만 원이다.
신부에게 드레스보다 중요한 것은 메이크업이다. 드레스는 고가의 명품이 아니라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객의 눈에 드레스보다는 몸매가 더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메이크업은 얼마나 시간과 공을 들였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결혼한 한 친구는 “결혼 전 피부 관리는 필요하지 않다. 좋은 미용실에서 메이크업 받으면 된다”며 “스팀을 틀어놓고 모공을 연다. 열린 모공 속에 3시간 동안 깨알만큼씩 파운데이션을 차지게 발라 넣는다. 화장이 안 먹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도자기 피부’를 표현하며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으니 어떤 여자가 마다할까. 메이크업은 1회에 최고 60에서 70만 원 선이다. 스튜디오 촬영을 하면 총 2회의 메이크업을 한다.
결혼식을 진행하자면 주례, 사회, 축가, 연주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주례와 사회는 지인들에게 부탁한다. 축가와 연주는 비용을 들여 전문가를 초청하거나 지인에게 부탁한다. 축가 대신 축주를 선택해도 연주는 따로 생각해야 한다. 연주는 결혼 행진곡과 본식의 배경음악이다.
본식에서 양가 어머니의 메이크업과 한복도 생각해둬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부와 친정어머니가 함께 메이크업을 받는다. 양가 어머니의 한복은 색을 맞춰야 해 함께 가서 맞추는 것이 편하다.
남은 것은 신혼집 장만, 인테리어 하기, 혼수 들여놓기, 청첩장 돌리기, 예물과 예복 맞추기다. 끝도 없는 결혼준비, 미리미리 하나씩 해두자. 신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면 신부는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함께 의논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