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출근길, 말리지도 않은 머리를 대충 물기만 털어내고 집을 나선다. 달달한 남자 가수 노랫말에 자주 등장하는 ‘젖은 머리로 내 곁을 스치는 그녀’의 뒷모습에 남는 건 향긋한 샴푸 향이 아니라 빠진 머리칼이다. 머리를 올려 묶을 때도 한 움큼, 단속을 하는데도 방 안 여기저기 널려 있는 머리카락 때문에 짜증이 난다. 새파란 나이에 벌써 탈모라니. 꽃다운 처녀에게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탈모가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시기는 지났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공해 등의 영향으로 연령층을 불문하고 탈모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탈모가 이제는 젊은 여성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탈모는 흔히 볼 수 있는 M자형 탈모에서 머리 정수리부터 동전 크기로 진행되는 원형탈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탈모의 화살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탈모의 원인은 크게 선천적(유전성) 요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 후천적 요인으로 인한 탈모 인주가 증가하고 있다. 머리카락은 주기적으로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반복하면서 하루 50~60가닥 정도가 빠진다. 두피가 건강한 사람은 머리카락이 빠지면서도 새 모발이 자라 자연스럽게 일정한 머리숱을 유지한다. 하지만 호르몬 등 모발의 성장환경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이때 모발의 성장기가 짧아지고 휴지기가 길어져 탈모를 겪게 된다.
- 탈모는 계절적, 환경적 요인 등으로 한때 심해지거나 완화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출산을 겪으며 탈모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루에 100가닥 이상 머리가 빠질 때, 모발에 윤기가 없고 가늘어지며 잘 끊어지는 경우, 뒷머리보다 앞머리나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많이 빠질 때, 부쩍 머리숱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경우라면 서둘러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 모발의 탈락이 예전보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많이 가늘어지면 유전성 탈모인 여성형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원형탈모나 스트레스성 탈모의 경우에도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심한 경우 드물게 영구 탈모까지 이르기도 한다.
- 탈모 치료는 모발의 성장주기를 감안할 때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밭을 일구고, 씨를 싹 틔우고, 싹을 키워나가는 시기를 모두 거쳐야 꽃이 피는 것과 같은 이치다. 탈모 유형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과 전용 샴푸 등으로 두피와 모발에 영양을 공급하면 모발의 근본적인 자생력을 기를 수 있다.


- 자신의 두피 특성에 따라 적합한 샴푸를 사용하면 두피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 건성 두피를 가진 사람에게 세정력이 강한 샴푸는 두피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가렵고 따가운 증상이 나타나면 샴푸를 바꾸는 것이 좋다. 지성 두피에 유분이 많이 함유된 샴푸를 사용하면 모공을 막아서 피지 배출을 방해할 수 있다. 지루성 피부염을 않고 있는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 두피 트러블이 장기간 심하게 지속되면 피부 3~5mm 깊이 아래에 위치한 모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자신의 두피에 적합하고,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물질로 구성된 샴푸를 사용하면 건강한 두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샴푸는 하루 한 번 저녁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지근한 물로 모발과 두피를 충분히 적신 다음 손끝 지문을 이용해 골고루 마사지하고 꼼꼼하게 헹궈내야 한다. 샴푸의 잦은 사용을 모발을 상하게 하고, 두피를 건조하게 하므로 하루에 한 번만 머리를 감는 것이 좋다.
- 샴푸를 씻어낼 때는 거품이 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로 마사지하듯 깨끗하게 헹궈내는 것이 좋다. 머리를 숙여 샴푸를 씻어내면 서서 샴푸를 헹궈내는 것보다 거품을 더욱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물기를 털어낼 때는 모발을 강하게 문지르지 말고 수건으로 두들겨 물기를 없애는 것이 좋다. 머리를 감은 뒤에는 헤어드라이어로 완전히 말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 헤어드라이어로 모발을 말릴 때는 뜨거운 바람이 모발에 가까이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뜨거운 바람으로 멀리서 두피만 말려준 뒤, 찬 바람으로 모발 전체를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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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모낭의 줄기세포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머리카락에 반복적으로 열을 가하면 털 줄기, 즉 모간(毛幹) 속 단백질의 변성을 불러와 모발이 푸석푸석해지게 된다. 파마는 모발 속 케라틴 단백질을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파마 약품 속 화학물질도 유해하지만, 모발이 일정 시간 고온에 노출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악영향을 미친다.
-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 때문에 모발의 결이 나빠지면 머리를 빗을 때 당겨져 뽑히는 모발이 증가하게 된다. 체모는 한번 뽑혀도 재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복적인 손상이 계속된다면 탈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현재 시판되는 탈모 전용 샴푸는 탈모에 도움이 되는 성분들을 일부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샴푸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샴푸 광고를 잘 살펴보면 ‘탈모 치료’보다는 머리카락을 굵게 만들어 주는 ‘양모’나 ‘모발 건강 증진’ 등으로 허가를 받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탈모가 의심된다면 샴푸에만 의존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계획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 탈모 예방을 위해서는 청결한 두피 관리가 제일이다. 지루성 피부염은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 습진성 피부염인 지루성 피부염은 가려움증과 함께 비듬, 각질 등을 동반한다. 피지선이 발달한 두피에 염증이 일어나면 모발의 탈락을 촉진할 수 있다. 지루성 피부염은 완치가 어려워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탈모로 이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체내 호르몬과 탈모는 깊은 연관이 있다. 탈모 전문 피부과에서는 탈모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한다. ‘호르몬 대체 요법’은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원리로 자궁적출을 하지 않은 여성들에게만 시술가능하다.
- 피임약은 탈모와 관계있는 남성 호르몬인 ‘프로제스틴’을 함유한 경우가 많다. ‘프로제스틴’은 모낭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 머리카락을 가늘게 생성할 수 있다. 탈모를 겪는 여성이 피임약을 선택할 때는 ‘프로제스틴’계 호르몬인 ‘레보노게스트렐’, ‘노르에틴드론’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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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운동은 머리카락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신체의 활력을 유지하면 탈모와 함께 전신의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하루 1시간 정도 평정심을 되찾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 탈모에 예방을 결정적으로 돕는 영양소는 철분과 단백질이다. ‘페리틴’이라고 부르는 철분은 머리카락의 성장을 돕고 탈모를 방지한다. 전문의에게 혈액검사를 받은 후 철분 보충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머리카락의 85%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단백질, 종합비타민. 무기질로 구성된 영양제도 탈모 예방에 좋다.
- 모발에 자극을 주는 행동은 금물이다. 모낭에 있는 머리카락을 계속해서 잡아당기면 탈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머리를 자주 긁거나 빈번한 헤어스타일링, 강한 빗질, 머리카락을 강하게 잡아당겨 묶는 행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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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다이어트는 탈모의 원인이 된다.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면 생명 유지에 필요하지 않은 신체 부위가 먼저 타격을 받는다. 머리카락도 이에 해당한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습관으로 모발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좋다. 당분이 너무 많은 음식이나 탄수화물만으로 이루어진 밥, 빵 위주로 편식하면 각종 영양소가 결핍돼 탈모 진행을 가속한다. 콩, 해초류, 녹차,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탈모 예방에 효과적이다.


- 무더위의 추격전도 그 위세가 누그러지고 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 건조한 바람으로 푸석푸석해진 머릿결 때문에 고민이라면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천연 헤어팩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 바나나에는 단백질과 지방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바나나의 ‘트립토판’이라는 성분은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모발을 건강하게 해 준다.
- 바나나를 곱게 으깬 후 꿀 1스푼을 넣으면 바나나 헤어팩이 된다. 바나나 헤어팩을 만들 때는 알갱이가 남지 않도록 바나나를 완전히 으깨는 것이 중요하다. 꿀이 없다면 플레인 요구르트를 사용해도 괜찮다.
- 유황성분이 강한 양배추는 모발의 산화를 방지해줘 환절기 건조한 모발에 제격이다. 양배추와 물을 함께 넣고 갈아 즙을 낸 후 계란, 맥반석가루, 녹말가루 등과 함께 섞어주면 양배추 헤어팩을 만들 수 있다. 샴푸 후 물기를 제거한 모발에 양배추 헤어팩을 15분 정도 발라둔 뒤 미지근한 물로 깨끗하게 헹궈주면 된다.

- 달걀녹차 헤어팩은 파마나 염색, 강한 자외선에 손상된 머릿결을 회복하는데 좋다. 달걀의 주성분인 단백질은 지방을 분해해 모발의 지저분한 피지를 씻어내고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다. 지성 두피는 달걀흰자에, 건성 두피는 노른자에 녹차가루를 넣어 뭉치지 않도록 잘 섞어주면 된다.
- 모발 전체에 달걀녹차 헤어팩을 바르고 20~30분 후 미지근한 물로 씻어낸다, 수온이 높으면 달걀이 굳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 달걀의 비린내가 걱정된다면 마지막으로 헹굴 때 식초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말끔해진다.
- 헤어팩을 하기 전 스팀타월로 모발을 감싸주면 모발 내부인 모피질까지 헤어팩의 성분이 스며든다. 모발에 헤어팩을 바를 때는 손으로 직접 도포하는 것보다 빗으로 모발 전체에 골고루 발라주는 것이 좋다. 헤어팩의 찌꺼기가 두피의 모공을 막으면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제조 시 알갱이나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두피에 헤어팩이 직접 닿지 않도록 일주일에 1~2회 정도 반복하면 건강하고 풍성한 머릿결을 만들 수 있다.